지야솔 개인전 [어느] (202412.06~12.22)
전시규모: 석판화20점, 드로잉19점,영상1점
전시 기간: 2024년 12월 06일(금) ~ 12월 22일(일)
전시 장소: 갤러리 인 (서울, 연희동)
돌고 돌아, 어느는 늘 있을 것이다 글: 콘노 유키
어느 날, 어느 곳에 부쳐,
어느 날, 어느 곳에서 있던 일이다—그렇게, 에세이와 소설의 중간처럼 ‘어느’는 나타난다. 나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일지도, 심지어 가상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경험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리면서 어느(라)는 소유격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 소유격은 유동적으로 주어진다. 어느는 나의 것이자 모두에게 열린 것, 말하자면 (불)특정적이고 공통적인 것이다. 심지어 어느는 시간적인, 혹은 공간적인 위치도 재배치한다. 어느 날은 지난 과거가 되기도, 다가올 미래가 되기도 한다. 어느 곳은 현실, 꿈, 기억, 중요한 경험 사이를 돌아다닌다. 사소하거나 심오한 이야기는 모두 다, 늘 그렇게 시작한다—어느 날, 어느 곳에서. 몇 년 전에 나온 소설의 도입부와 펜을 든 내가 이제 써 내려갈 에세이를 넘나들면서 어느는 불현듯 시작한다.
어느 장면, 어느 이미지 앞에서,
회상과 소망을 담아, 장면이 펼쳐진다. 개인전 《어느》에서 지야솔은 석판화, 수채화, 목탄화, 그리고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그동안 석판화를 주로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에서 지야솔은 다양한 표현 방식을 선보인다. 이는 판화가 고정된 장면이 아니라 어떤 움직임 안에 있는, 반복과 변화를 동반하는 운동성을 가진 이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가 그리는 장면은 작가가 직접 경험한 내용에 그치지 않고 보는 사람의 공감대를 향하기도 한다. 본인의 이야기가 가장 직접적으로 담긴 < 그 때 >를 보면, 어렸을 때 긴장하고 땀을 흘리던 유년 시절을 우리에게도 상기시킨다. < 그리움 >을 보면 생각에 잠겨 어딘가로 떠나는(어딘가에 있는) 인물이 있다. 인물의 시선, 그를 그린 작가의 시선은 우리 각자가 보내는—미래나 과거로 보내는 시선이 된다. 그 이미지 하나하나가 작가에게, 그리고 보는 우리에게 내려온다. < 낙엽Ⅲ >에서 인물이 낙엽처럼 뒹굴고 있다. 낙하할 때 잎사귀는 땅으로 향한다. 자연의 섭리에 우리는 감정 이입하고 의미를 받아들인다. 잎사귀가 떨어진 나무는 < 추운 날 >처럼 추워 보인다. 생명의 끝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어느 날의 온도, 어느 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담기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 머릿속에 살아날 때, 내 앞에 떨어진 잎사귀를 한 장의 편지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돌고 돌아, 이런저런 생각을 펼치게 해 주는 힘이 낙엽에, 떨어져 내려옴에 있다. -더보기-